CORE/코어

최철용

2024년 5월 14일 ~ 6월 22일


‘코어(Core)’의 사용가치: 최철용의 아트, 그리고 패션

                   

최철용은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후 유럽의 브랜드에서 아트 디렉터로서 다양한 패션 영역에서 일하며 해 외에서 작업해왔다. 그가 국내의 지면에서 알려진 것은 2011-12년 제 7-8회 삼성패션 디자인펀드(SFDF) 2회를 수상하면서였고, 2012년에는 홍익대 캠퍼스 안에 있었던 홍익사립부속초등학교가 성미산에 이전함 에 따라 폐교가 된 건물에서 독특한 공간, 텍스트 작업을 하면서 국내 미술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한남동에 있었던 대림미술 관 프로젝트 갤러리인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전시 형식으로 'Deus Ombre (두 개의 그림자)’라는 제목하에서 “하나처럼 보이는 모든 것은 곧 둘 을 전제한다”는 주제로 텍스타일에서 옷이 구조적으로 재창조되는 실 험적 과정을 전시했다. 2010년대 구슬모아당구장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디자인을 다루는 실험적인 전시로 비평과 담론 면에서 가장 흥미로우 면서도 커팅에지에 가까운 기획으로 정평이 난 공간이었다. 2012년 전 시에는 폐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학교 커튼지를 모두 수거하여 이 를 다시 벽에 붙이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 이후, 교실의 각 공간에 텍스 트 베이스의 개념을 붙여 나가는 작품을 제작했다. 여기에 비디오 아트 와 퍼포먼스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공간을 비일 상적 시각으로 비틀었다. 그리하여 익숙한 공간은 낯설면서 동시에 새 로운 차원의 상상 공간을 변모하는 다소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형되 었다. 최철용은 2013년 구슬모아당구장에서는 김권진, 김도형, 안마노, 오정택 등과 협업하며 2010년대의 시각적 혼성물을 설치의 방식으로 패션을 제시했다.

                                          

2024년 5월 스페이스21에서 전시되는 최철용의 개인전을 제대로 보려면 패션과 아트의 경계에서 실험해온 그의 예술관을 이해하는 것 이 여러 의미에서 유용할 것 같다. 사물과 텍스트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패션뿐 아니라 작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화적 작품이나 설치 등은 패션의 내부를 비틀며 이를 작가적 차 원으로 변화시킨다. 여기에는 패션 디자이너 최철용이 아닌 아티스트 최철용의 독특한 비평적 과정이 개입된다. 그가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 은 단순하게 입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옷/패션으로 표상되는 구조와 사고의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옷은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와 그가 좋아하는 텍스트 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리물이나 보충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제시한다.

                   

최철용이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 는 것은 광부들의 작업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부를 중점적으로 보 여주지만 지난 팬데믹 동안 그는 광부뿐 아니라 아메리칸 인디언 원 주민들의 초상, 그리고 그가 일했던 밀라노에서 관찰했던 밀라노 여 성들의 초상화 등에 집중하며 회화와 실크스크린을 혼용한 평면 작업 을 제작했다. 왜 광부 연작이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을 까.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한 후에 최철용은 이탈리아의 패션 하우 스 멜팅팟(Meltin’pot)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광부들의 유니 폼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더불어 2008년에는 랭글러 유럽 (Wrangler Europe)이 104년 만에 다시 런칭하는 프로젝트인 랭글러 블루 벨(Wrangler Bluebell)을 통해 1904년에 선보인 광부들의 유니폼을 다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도 맡게 되었다.

                                               

유니폼이란 집단의 컬렉티브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도 ‘광 부’라는 노동에 맡는 작업복을 제작해야 하는 동시에 ‘옷’이라는 기능 성을 가장 잘 살려야 한다. 리서치 베이스의 패션을 추구하는 그에게 첫 출발점은 무수히 많은 광부들의 아카이브를 찾아서 이를 하나의 이 미지이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패션이라는 시각을 구축하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밀도 있는 노동을 상징하는 작업복의 의미를 실질적인 디자 인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시기 1890년대부터 1910년대 까지 광부들이 입었던 수많은 유니폼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번 개인전 의 기초 자료를 접하게 된다.

                   

최철용에게 이탈리아에서 본 수많은 아카이브 자료와 사진 이미지 등은 광부 작업복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패션과 정체성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유니폼이란 반복해서 프린트되는 판화(실크스크린 등)처럼 복제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통해 본 광부 들의 작업복에는 석탄이 묻어서 더럽혀진 작업복을 입은 인물도 있었 고, 작업복을 입고 음식을 먹다가 흘린 자국, 옷에는 그 사람의 노곤한 상황과 인생 모든 것들이 각인되어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결국 그가 행 하는 노동행위, 삶의 흔적과 상황을 고스란히 제시해주는 — 롤랑 바르 트의 말대로 – 코드없는 메시지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흔적을 제외한다면, 당시 이탈리아에서 그가 관찰하고 분 석했던 아카이브들은 광부들의 개별적인 개성을 찾아볼 수는 없는 유 형학적인 사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입은 유니폼을 통해 드 러나는 컬렉티브한 집단성이 아니라 개별화된 인물들의 초상이나 군 상으로 활기와 생기, 독특한 페르소나를 가진 개별 인물들로 재해석했 다. 구체적 인물들이 사실 누구의 초상인지 중요하지 않으며 대신 어 떤 의미들이 이러한 광부들의 초상에서 개념적으로 전이되는가가 더 욱 중요해졌다. 즉 그는 알레고리적인 초상으로 이들 광부의 집단적인 이미지를 개성을 갖춘 이야기로 가득찬 인물들로 변모시킨다. 여기에 최철용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이 이러한 과정에 개입된다. 실크스크린 의 망점을 구성한 초상화의 제목은 <가장자리, 말, 구조(Orlo, Cavallo, Struttura)>(2021)이며, 초록색 얼굴 초상은 <거대한, 연결성, 존재 (Grande, Connnettività, Esistenza)>(2021), 붉은 자켓을 입은 초 상은 <근본적인, 복잡성, 연결고리(Fondamentale, Complessità, Collegamento)>(2021),

오렌지 얼굴에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남성은 < 되풀이되는, 이상적, 감각성(Ricorsivo, Ideale, Sensibilità)(2021), 폴카 닷 자켓을 입을 인물들은 <다중적, 무질서, 시스템(Multiplice, Disordinato, Sistema)>(2021), <전형적, 형성, 진화(Tipico, Formativo, Evoluzione) (2022), <세련된, 두근거렸던, 목소리(Sofisticato, Stava picchiandoe, voce>(2022), <유연한, 집단적인, 신화(Flessibile, Collettivo, Mito>(2022), <암석, 피아노, 가능성(Pietra, Pianoforte, Possibilità>(2022), <물, 데이 터, 관계(Acqua, tati(dati), relazione>(2022) 등은 광부들의 이미지 사이로드러나는 파편화된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광부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최철용의 작업 과정을 드러내는 개념지도이다. 그는 세 단어로 시작하면서 그 단어를 연상시키는 광부 이미지 들을 그려내고 광부에게 입힐 자켓과 헬멧, 색채와 연관된 광부의 초상 을 연결시켜 나간다. 작품의 제목들은 명사와 형용사로 구성된 텍스트 를 구성하면서 이미지의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특정 인물에 대해 작가 에게 떠오르는 개념어들이 제목으로 구성된다. 그가 선택한 제목은 텍 스트를 있는 그대로 열거함으로써, 초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면 서 열려있는 해석체로 관람자가 상상할 수 있는 해석의 공간을 열어둔 다. 이번 전시 작품 중 가장 야심찬 대형 초상화 연작인 <중첩된, 중앙 의, 조화(Sovrapposizione, Cetnrale, Armoniosa)>(2021)와 <핵심 일꾼들 (Core Workers)>(2022)의 존재는 노동의 요체를 설명하는 최철용 특유의 시선을 반영한다.

                                               

이러한 초상들은 모두 최철용이 제시하는 ‘코어’라는 전체적인 주 제 속에서 함께 작동한다. 광부라는 집단, 또는 개별 초상이 가지는 회 화적 가치에 그 미학적 의미가 반영된다. 그는 ‘코어’라는 미학적 개념 하에서 이러한 초상을 둘러싼 사회, 노동, 환경 등을 일상적인 기호로 서로 연결한다. 최철용의 ‘코어’ 선언문대로 “코어는 코어에 있다; 코 어는 모든 개체와 함께 한다; 코어의 아래에 코어가 있다”는 핵심정보 시각화장치가 그것이다. 이러한 ‘핵심정보 시각화장치’에는 모든 요소 들은 개별화를 띠고 있지만 그것들은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인 위계 관 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별 요소들은 하나의 ‘코어’로 존재한 다. 코어의 중심과 주변부의 긴장 관계나, 권력관계, 위계 관계가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코어의 가치는 각기 ‘다름’을 존재론적으로 인정받으 면서 다른 ‘코어’라는 개체와 모두 함께한다. 이러한 가치들을 표현하 기 위해서 최철용은 코어 박스를 제작해 250개의 코어 자수가 새겨진 텍스트 박스를 배치한다.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서 한땀 한땀 수를 놓 으면서 구성한 코어 박스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 객체로 서 배치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수는 수공의 노동이 아니라 산업화를 맞 아 기계자수로 치환된 기술을 상징한다. 유니폼은 한 사람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복제성을 상징 한다면 최철용은 코어라는 가치와 개별화된 광부들의 자켓과 색채를 통해서 복제성 속에 삭제되고 은폐되었던 한 인물의 페르소나와 개성,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들의 표정과 개성은 자신들이 입은 각기 다른 자켓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표현하는 셈이다.

                                               

이러한 작품의 설치 방식이나 코어의 가치는 사실 그가 Cy Choi를 통해 패션 개념으로 보여주었던 여러 주제들과 흥미로운 방식으로 서로 교차하는데 그가 개념화한 패션쇼를 살펴보면, 컷-아웃+바운더리(경계)‘이나 ’Connotation’, ‘Image’ 등이 있다. 특 히 ‘Connotation’은 우리가 함축의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후기구 조주의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자신의 기호학을 설명하며 Connotation을 문화 속에 숨어있는 ‘함축의미’로 하나의 기호나 대상은 문화 저변에 깔린 숨어있는 의미들을 보여주는 내재된 의미를 뜻한다. 이는 겉으로 보여주는 내재된 의미를 뜻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 ‘Cut-out+Boundary’ 시적인 의미와는 결이 다르다. 그가 패션 철학으로 삼았던 특정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이번 최철용의 개인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가 패션 개념으로 제안했던 용 어로 Inosculation(접합)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패션 철학을 보여주기 도 했는데, 서로 다른 종들이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속성이 결합, 중첩 되는 방식을 제안했던 개념들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러한 개념적 방식 은 텍스트가 가진 표면적인 의미나 문화적 코드 속에 숨겨진 다중적인 의미를 들춰냄으로써 패션 본래의 기능을 탈각시키고 새롭게 재위치, 시키는 부정과 해체의 과정을 거쳐 옷과 텍스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 한다.

                   

최철용은 국제상황주의자였던 기 드보르(Gyu Debord)처럼 이전에 존재했던 요소들을 이용하면서도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재창조하는 전 용(Détournement)의 과정들을 작업 방식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패 션 디자이너에게 버려진 천이나 누군가가 사용한 천은 버려질 쓰레기 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각적, 구조적 요소로 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이는 패션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외부 배너는 기존의 전시 배너를 그대로 가져오되 여기에 페인트를 다시 칠 하고 이후 핵심 코어 상징 부호 X자를 텍스트화 하며, 사람들이 사용한 시가렛 박스를 가져와 다양한 인물군상들을 자유롭게 그려나가는 과정 을 담는다.

                                               

광부와 같은 대형 초상들과 달리, 시가 박스에 그려진 작은 초상들 은 그가 이전에 본 아카이브들처럼 유형적인 동시에 이질적이며 다양 하다. 이는 시각적 영감이자 기록의 순간을 보여주는 다소 즉흥적인 것 으로 때로는 유희적이며, 즐겁게 일상을 영위하는 사회의 소소한 객체 들이다. 이들은 광부들만큼이나 사회의 핵심일꾼들이며, 코어 다이어 그램에서처럼 여러 객체들과 복잡하고 리좀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인물들인 동시에 광부들처럼 ‘코어 자켓’을 입고 협력을 하며, 모든 개체들 과 중첩된 구조 안에서 연결되어 있는 일상적 공간을 점유하며 일상생 활을 실천하는 인물들인 셈이다. 작가에게 코어는 물질적 차원에서 사용 가치를 지니며 패션과 아트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확장하는 비평적 가치이자 미학적 가치이다.


기획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The Use Value of the “Core”: The Art and Fashion of Choi Chul-Yong

                   

Choi Chul-Yong studied fashion design at the Domus Academy in Milan and has since gone on to work outside of his home country of Korea in various areas of fashion as an art director for European brands. He first began attracting media attention at home around 2011 and 2012, when he received awards at the 7th and 8th Samsung Fashion & Design Fund events. His reputation in the Korean art world grew in 2012 as he continued creating unique spatial and text- based artwork from a building that was vacated by the relocation of the Hongik University Elementary School to Mount Seongmi from its previous site on the university’s campus. In 2013, he presented an experimental process in exhibition format at the Ball Pool Hall, a project gallery at the Daelim Museum of Art in Seoul’s Hannam neighborhood. Bearing the title Deux Ombres (meaning “two shadows”), it showed clothing being structurally recreated from textiles under the theme of “all things that appear to be one are based on two.” During the 2010s, the Ball Pool Hall had a reputation for boasting the most fascinating, cutting-edge programming in terms of criticism and discourse, with experimental exhibitions focusing on design as well as visual arts. For his 2012 exhibition, Choi created a work that incorporated a recycling process, where school curtains (a common sight in abandoned schools) were collected and reattached to the walls, applying a text-based concept to each different classroom space. By presenting this alongside video art and performance work, he used an out-of-the-ordinary perspective to turn a familiar space on its head. This well-known setting was transformed into an odd, somewhat surrealistic space, altered into a kind of imaginative environment. At the Ball Pool Hall in 2013, Choi collaborated with Kim Kwon-Jin, Kim Do- Hyung, An Mano, Oh Jung-Taek, and others to present fashion where the visual hybrids of the 2010s were shared in installation format.

                                               

To properly appreciate Choi Chul-Yong’s current solo exhibition, which opens at Space21 in May 2024, it is useful in several respects to understand the artistic perspective informing his experiments on the boundaries of fashion and art. His sui generis outlook on objects and texts has been a major influence on not only his fashion but also his artistic creations. In both his painting- based work and installations, he has offered new twists on elements internal to fashion, transforming them from an artistic perspective. Here is where Choi Chul-Yong’s unique critical process comes into play, as an artist rather than as a fashion designer. When he designs clothes, it is not simply as items to wear; he is presenting a process that encourages us to look closely into the processes of structures and ideas represented through clothing and fashion. He shares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where clothing exists as a proxy or supplement showing the image surrounding someone and their associations with the texts that they enjoy.

                   

In this exhibition, what Choi Chul-Yong presents as a fashion designer/ artist are uniforms for miners. While the focus is on presenting miners, Choi also spent the pandemic period creating two-dimensional blends of painting and silkscreening while concentrating not only on miners but also portraits of indigenous Americans and the Milanese women whom he observed while working in the city. Why should the miner series have served as such a crucial starting point in his artistic work? After studying fashion in Milan, Choi went to work at Meltin’pot, an Italian fashion house, and took on a project that involved designing uniforms for miners. He was also tasked with another project in 2008 for Wrangler Bluebell—relaunched by Wrangler Europe for the first time in 104 years—where he was redesigning the mining uniforms first presented in 1904.


A uniform offers one of the most effective illustrations of a group’s collective identity. But because Choi also had to design outfits for those tasked with the labor of mining, he was obliged to emphasize the clothing’s functional aspects as well. As someone who pursues research-based fashion, he started by seeking out a vast miners’ archive, establishing the perspective of fashion that would incorporate functionality while existing as a single image. Another element here was the use of practical design to underscore the meaning of the uniform as a symbol of intensive labor. He discovered the base materials for this solo exhibition during this period by examining a vast archive of the uniforms worn by miners between the 1890s and the 1910s. While the many archival materials and photographs that Choi saw in Italy were a great help in developing his mining uniforms, they also led him to ponder the essence of fashion and identity. He saw the uniform as the result of a form of replication, much like the repeated printing of plates in silkscreening and other approaches. In the photographs, he saw miners whose uniforms were stained with coal or with traces of food that they had eaten while wearing them. He sensed how all the different aspects of those people’s arduous situation and lives were inscribed on their outfits, so that the clothes they wore ultimately became—in the words of Roland Barthes—non-coded messages, showing the acts of labor they performed and the marks and situations associated with their lives.


Without these marks, the archival materials that Choi observed and analyzed in Italy would have been mere typological photographs, without a trace of the miners’ individuality. In his reinterpretation, he emphasized not the collectiveness exemplified by the uniforms that they wore but their presence as people with energy, vitality, and unique personas, based on their individual portraits and group images. The question of who specifically was portrayed in any one portrait was not important; what mattered was the question of what meanings were conceptually conveyed in these miner portraits. Through allegorical portraits, Choi transformed the collective images of miners into a collection of individuals replete with individual stories. It is a process onto which his unique artistic imagination was brought to bear. A portrait consisting of silkscreen dots was entitled [Orlo, Cavallo, Struttura (Edge, Horse, Structure, 2021)]. A green image of a face was entitled [Grande, Connettività, Esistenza (Big, Connectivity, Existence, 2021)]. A portrait showing its subject in a red jacket was called Fondamentale, [Complessità, Collegamento (Fundamental, Complexity, Connection, 2021)]. A man with an orange face in a green uniform was portrayed in [Ricorsivo, Ideale, Sensibilità (Recursive, Ideal, Sensibility, 2021)]. Figures in polka-dot jackets were shown in [Multiplice, Disordinato, Sistema (Multiple, Disordered, System, 2021)]. These works and others—[Tipico, Formativo, Evoluzione (Typical, Formative, Evolution, 2022)], [Sofisticato, Stava Picchiando, Voce (Sophisticated, Throbbed, Voice, 2022)], [Flessibile, Collettivo, Mito (Flexible, Collective, Myth, 2022)], [Pietra, Pianoforte, Possibilità (Stone, Piano, Possibility, 2022)], and [Acqua, dati, relazione (Water, Data, Relationship, 2022)] showed the interactions of fragmented texts appearing amid the images of miners.

                                               

The miner images and texts provide a conceptual map of Choi Chul-Yong’s artistic process. Starting with three words, he presents images of miners that evoke them, connecting them with miner portraits that are associated with the jackets, helmets, and colors the miners will be wearing. The titles of his works are texts consisting of nouns and adjectives, which show the relationships in the images along with keywords that the artist associated with particular figures. His choice for the titles is to simply enumerate the texts, eliminating preconceptions about portrait painting while leaving room for interpretation with open terms that the viewer is free to imagine. The most ambitious of the exhibition’s works are the large-scale portrait series [Sovrapposizione, Centrale, Armoniosa (Superpositioning, Central, Harmonious, 2021)] and [Core Workers (2022)], which reflect Choi’s distinctive perspective in expressing the essence of labor.

                   

All of these portraits operate within the overall “Core” theme that Choi presents. The aesthetic significance here is reflected in the pictorial values of the portraits showing miners as groups and individuals. Through the aesthetic concept of the “Core,” he draws connections between the elements surrounding these portraits—society, labor, the environment—and everyday symbols. As his “Core” manifesto states, this is a device for visualizing core information: “The core is in the core; The core is with all objects; There is a core underneath the core” In this core information visualization device, all the elements have individual aspects, but they are not positioned in a top-to-bottom vertical hierarchy; rather, all the individual elements exist as a single “Core.” Instead of a relationship of tension between the core’s center and periphery—the presence of power relations or hierarchies— the values of the core are ones in which individual differences are acknowledged in an existential sense and operate together with the “Core” as another entity. To represent these values, Choi has produced “Core Boxes”: text boxes emblazoned with 250 core embroideries. Painstakingly embroidered by the artist for this exhibition, the core boxes are arranged as interconnected yet individual entities. Yet what the embroideries signify is not manual labor but post-industrialization technology that has been replaced with mechanical embroidering. If the uniform is taken to symbolize uniformly applied replication rather than the expression of a person’s individuality and specificity, Choi’s approach is to use the “Core” values and the individualized jackets and colors of miners to show the personas, individuality, and presence of particular people, which have been excised or covered up amid the replication. In effect, their expressions and individuality express their orientation by means of the different jackets they wear.

                                               

The installation approach and core values in this work intersect in fascinating ways with the various themes that the artist has presented as fashion concepts through the Cy Choi identity. Looking at his conceptualized fashion shows, we see concepts such as “Cut-out + Boundary,” “Connotation,” and “Image.” In the case of “Connotation,” the post-structuralist Roland Barthes’s explanation of his own semiotics used the term to refer to the hidden implied meanings in a culture— the inherent meanings through which a given sign or object illustrates the hidden significance present at the culture’s base. It differs in nature from the denotative meanings that are outwardly visible.

                   

Choi’s latest solo exhibition also offers a glimpse at the specific images and texts that he has treated as a fashion philosophy. In particular, he shares his philosophy under the title “Inosculation,” which is a term he has presented as a fashion concept. It is similar in approach to his concepts proposing the combination and layering of differing characteristics through the blending of different types of things. By revealing the multilayered meanings concealed behind the surface-level meanings of texts and cultural codes, this conceptual approach introduces new meaning to outfits and texts by way of a process of negation and deconstruction that strips away fashion’s original role and repositions it.

                   

Artistically, Choi makes active use of détournement processes like those of the international situationist Guy Deboard, making use of pre-existing elements in a way that creates new aesthetic values. A fashion designer views discarded or used fabric not as garbage to be thrown away, but as something that can be reused by someone as a new visual or structural element. In terms of the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 this has emerged as a major issue not only in fashion but also in contemporary art. The external banner for this exhibition repurposes a banner from a previous exhibition, which has been repainted and textualized with an “X” symbolizing the core. It also incorporates used cigar box to show a process of freely rendering different images of individuals and groups.


In contrast with the large miner portraits, the small portraits on cigar box are typical yet disparate and diverse, like the archives that the artist viewed in the past. They are somewhat improvisational and sometimes playful as they show moments of visual inspiration and documentation—minor members of society pleasantly living their lives. They are core workers in society as much as the miners are, intertwined in complex, rhizomatic ways with other beings as in the core diagram. At the same time, they wear the same “Core Jackets,” as the miners as they work together, going about their daily lives as they occupy everyday spaces that are connected in an overlapping structure with all beings. To the artist, the “Core” has a utility value at the material level, existing as a critical and aesthetic value that cuts across and expands the boundary between fashion and art.


Yeon Shim Chung (Professor of Art History & Theory in Hong Ik Univ.)

CORE/코어

최철용

2024년 5월 14일 ~ 6월 22일


‘코어(Core)’의 사용가치: 최철용의 아트 그리고 패션

                   

최철용은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후 유럽의 브랜드에서 아트 디렉터로서 다양한 패션 영역에서 일하며 해 외에서 작업해왔다. 그가 국내의 지면에서 알려진 것은 2011-12년 제 7-8회 삼성패션 디자인펀드(SFDF) 2회를 수상하면서였고, 2012년에는 홍익대 캠퍼스 안에 있었던 홍익사립부속초등학교가 성미산에 이전함 에 따라 폐교가 된 건물에서 독특한 공간, 텍스트 작업을 하면서 국내 미술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한남동에 있었던 대림미술 관 프로젝트 갤러리인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전시 형식으로 'Deus Ombre (두 개의 그림자)’라는 제목하에서 “하나처럼 보이는 모든 것은 곧 둘 을 전제한다”는 주제로 텍스타일에서 옷이 구조적으로 재창조되는 실 험적 과정을 전시했다. 2010년대 구슬모아당구장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디자인을 다루는 실험적인 전시로 비평과 담론 면에서 가장 흥미로우 면서도 커팅에지에 가까운 기획으로 정평이 난 공간이었다. 2012년 전 시에는 폐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학교 커튼지를 모두 수거하여 이 를 다시 벽에 붙이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 이후, 교실의 각 공간에 텍스 트 베이스의 개념을 붙여 나가는 작품을 제작했다. 여기에 비디오 아트 와 퍼포먼스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공간을 비일 상적 시각으로 비틀었다. 그리하여 익숙한 공간은 낯설면서 동시에 새 로운 차원의 상상 공간을 변모하는 다소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형되 었다. 최철용은 2013년 구슬모아당구장에서는 김권진, 김도형, 안마노, 오정택 등과 협업하며 2010년대의 시각적 혼성물을 설치의 방식으로 패션을 제시했다.

                                          

2024년 5월 스페이스21에서 전시되는 최철용의 개인전을 제대로 보려면 패션과 아트의 경계에서 실험해온 그의 예술관을 이해하는 것 이 여러 의미에서 유용할 것 같다. 사물과 텍스트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패션뿐 아니라 작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화적 작품이나 설치 등은 패션의 내부를 비틀며 이를 작가적 차 원으로 변화시킨다. 여기에는 패션 디자이너 최철용이 아닌 아티스트 최철용의 독특한 비평적 과정이 개입된다. 그가 옷을 디자인한다는 것 은 단순하게 입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옷/패션으로 표상되는 구조와 사고의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옷은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와 그가 좋아하는 텍스트 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리물이나 보충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제시한다.

                   

최철용이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 는 것은 광부들의 작업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부를 중점적으로 보 여주지만 지난 팬데믹 동안 그는 광부뿐 아니라 아메리칸 인디언 원 주민들의 초상, 그리고 그가 일했던 밀라노에서 관찰했던 밀라노 여 성들의 초상화 등에 집중하며 회화와 실크스크린을 혼용한 평면 작업 을 제작했다. 왜 광부 연작이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을 까.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한 후에 최철용은 이탈리아의 패션 하우 스 멜팅팟(Meltin’pot)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광부들의 유니 폼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더불어 2008년에는 랭글러 유럽 (Wrangler Europe)이 104년 만에 다시 런칭하는 프로젝트인 랭글러 블루 벨(Wrangler Bluebell)을 통해 1904년에 선보인 광부들의 유니폼을 다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도 맡게 되었다.

                                               

유니폼이란 집단의 컬렉티브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도 ‘광 부’라는 노동에 맡는 작업복을 제작해야 하는 동시에 ‘옷’이라는 기능 성을 가장 잘 살려야 한다. 리서치 베이스의 패션을 추구하는 그에게 첫 출발점은 무수히 많은 광부들의 아카이브를 찾아서 이를 하나의 이 미지이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패션이라는 시각을 구축하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밀도 있는 노동을 상징하는 작업복의 의미를 실질적인 디자 인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시기 1890년대부터 1910년대 까지 광부들이 입었던 수많은 유니폼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번 개인전 의 기초 자료를 접하게 된다.

                   

최철용에게 이탈리아에서 본 수많은 아카이브 자료와 사진 이미지 등은 광부 작업복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패션과 정체성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유니폼이란 반복해서 프린트되는 판화(실크스크린 등)처럼 복제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통해 본 광부 들의 작업복에는 석탄이 묻어서 더럽혀진 작업복을 입은 인물도 있었 고, 작업복을 입고 음식을 먹다가 흘린 자국, 옷에는 그 사람의 노곤한 상황과 인생 모든 것들이 각인되어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결국 그가 행 하는 노동행위, 삶의 흔적과 상황을 고스란히 제시해주는 — 롤랑 바르 트의 말대로 – 코드없는 메시지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흔적을 제외한다면, 당시 이탈리아에서 그가 관찰하고 분 석했던 아카이브들은 광부들의 개별적인 개성을 찾아볼 수는 없는 유 형학적인 사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입은 유니폼을 통해 드 러나는 컬렉티브한 집단성이 아니라 개별화된 인물들의 초상이나 군 상으로 활기와 생기, 독특한 페르소나를 가진 개별 인물들로 재해석했 다. 구체적 인물들이 사실 누구의 초상인지 중요하지 않으며 대신 어 떤 의미들이 이러한 광부들의 초상에서 개념적으로 전이되는가가 더 욱 중요해졌다. 즉 그는 알레고리적인 초상으로 이들 광부의 집단적인 이미지를 개성을 갖춘 이야기로 가득찬 인물들로 변모시킨다. 여기에 최철용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이 이러한 과정에 개입된다. 실크스크린 의 망점을 구성한 초상화의 제목은 <가장자리, 말, 구조(Orlo, Cavallo, Struttura)>(2021)이며, 초록색 얼굴 초상은 <거대한, 연결성, 존재 (Grande, Connnettività, Esistenza)>(2021), 붉은 자켓을 입은 초 상은 <근본적인, 복잡성, 연결고리(Fondamentale, Complessità, Collegamento)>(2021),

오렌지 얼굴에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남성은 < 되풀이되는, 이상적, 감각성(Ricorsivo, Ideale, Sensibilità)(2021), 폴카 닷 자켓을 입을 인물들은 <다중적, 무질서, 시스템(Multiplice, Disordinato, Sistema)>(2021), <전형적, 형성, 진화(Tipico, Formativo, Evoluzione) (2022), <세련된, 두근거렸던, 목소리(Sofisticato, Stava picchiandoe, voce>(2022), <유연한, 집단적인, 신화(Flessibile, Collettivo, Mito>(2022), <암석, 피아노, 가능성(Pietra, Pianoforte, Possibilità>(2022), <물, 데이 터, 관계(Acqua, tati(dati), relazione>(2022) 등은 광부들의 이미지 사이로드러나는 파편화된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광부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최철용의 작업 과정을 드러내는 개념지도이다. 그는 세 단어로 시작하면서 그 단어를 연상시키는 광부 이미지 들을 그려내고 광부에게 입힐 자켓과 헬멧, 색채와 연관된 광부의 초상 을 연결시켜 나간다. 작품의 제목들은 명사와 형용사로 구성된 텍스트 를 구성하면서 이미지의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특정 인물에 대해 작가 에게 떠오르는 개념어들이 제목으로 구성된다. 그가 선택한 제목은 텍 스트를 있는 그대로 열거함으로써, 초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면 서 열려있는 해석체로 관람자가 상상할 수 있는 해석의 공간을 열어둔 다. 이번 전시 작품 중 가장 야심찬 대형 초상화 연작인 <중첩된, 중앙 의, 조화(Sovrapposizione, Cetnrale, Armoniosa)>(2021)와 <핵심 일꾼들 (Core Workers)>(2022)의 존재는 노동의 요체를 설명하는 최철용 특유의 시선을 반영한다.

                                               

이러한 초상들은 모두 최철용이 제시하는 ‘코어’라는 전체적인 주 제 속에서 함께 작동한다. 광부라는 집단, 또는 개별 초상이 가지는 회 화적 가치에 그 미학적 의미가 반영된다. 그는 ‘코어’라는 미학적 개념 하에서 이러한 초상을 둘러싼 사회, 노동, 환경 등을 일상적인 기호로 서로 연결한다. 최철용의 ‘코어’ 선언문대로 “코어는 코어에 있다; 코 어는 모든 개체와 함께 한다; 코어의 아래에 코어가 있다”는 핵심정보 시각화장치가 그것이다. 이러한 ‘핵심정보 시각화장치’에는 모든 요소 들은 개별화를 띠고 있지만 그것들은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인 위계 관 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별 요소들은 하나의 ‘코어’로 존재한 다. 코어의 중심과 주변부의 긴장 관계나, 권력관계, 위계 관계가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코어의 가치는 각기 ‘다름’을 존재론적으로 인정받으 면서 다른 ‘코어’라는 개체와 모두 함께한다. 이러한 가치들을 표현하 기 위해서 최철용은 코어 박스를 제작해 250개의 코어 자수가 새겨진 텍스트 박스를 배치한다.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서 한땀 한땀 수를 놓 으면서 구성한 코어 박스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 객체로 서 배치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수는 수공의 노동이 아니라 산업화를 맞 아 기계자수로 치환된 기술을 상징한다. 유니폼은 한 사람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복제성을 상징 한다면 최철용은 코어라는 가치와 개별화된 광부들의 자켓과 색채를 통해서 복제성 속에 삭제되고 은폐되었던 한 인물의 페르소나와 개성,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들의 표정과 개성은 자신들이 입은 각기 다른 자켓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표현하는 셈이다.

                                               

이러한 작품의 설치 방식이나 코어의 가치는 사실 그가 Cy Choi를 통해 패션 개념으로 보여주었던 여러 주제들과 흥미로운 방식으로 서로 교차하는데 그가 개념화한 패션쇼를 살펴보면, 컷-아웃+바운더리(경계)‘이나 ’Connotation’, ‘Image’ 등이 있다. 특 히 ‘Connotation’은 우리가 함축의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후기구 조주의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자신의 기호학을 설명하며 Connotation을 문화 속에 숨어있는 ‘함축의미’로 하나의 기호나 대상은 문화 저변에 깔린 숨어있는 의미들을 보여주는 내재된 의미를 뜻한다. 이는 겉으로 보여주는 내재된 의미를 뜻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 ‘Cut-out+Boundary’ 시적인 의미와는 결이 다르다. 그가 패션 철학으로 삼았던 특정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이번 최철용의 개인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가 패션 개념으로 제안했던 용 어로 Inosculation(접합)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패션 철학을 보여주기 도 했는데, 서로 다른 종들이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속성이 결합, 중첩 되는 방식을 제안했던 개념들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러한 개념적 방식 은 텍스트가 가진 표면적인 의미나 문화적 코드 속에 숨겨진 다중적인 의미를 들춰냄으로써 패션 본래의 기능을 탈각시키고 새롭게 재위치, 시키는 부정과 해체의 과정을 거쳐 옷과 텍스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 한다.

                   

최철용은 국제상황주의자였던 기 드보르(Gyu Debord)처럼 이전에 존재했던 요소들을 이용하면서도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재창조하는 전 용(Détournement)의 과정들을 작업 방식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패 션 디자이너에게 버려진 천이나 누군가가 사용한 천은 버려질 쓰레기 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각적, 구조적 요소로 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이는 패션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외부 배너는 기존의 전시 배너를 그대로 가져오되 여기에 페인트를 다시 칠 하고 이후 핵심 코어 상징 부호 X자를 텍스트화 하며, 사람들이 사용한 시가렛 박스를 가져와 다양한 인물군상들을 자유롭게 그려나가는 과정 을 담는다.

                                               

광부와 같은 대형 초상들과 달리, 시가 박스에 그려진 작은 초상들 은 그가 이전에 본 아카이브들처럼 유형적인 동시에 이질적이며 다양 하다. 이는 시각적 영감이자 기록의 순간을 보여주는 다소 즉흥적인 것 으로 때로는 유희적이며, 즐겁게 일상을 영위하는 사회의 소소한 객체 들이다. 이들은 광부들만큼이나 사회의 핵심일꾼들이며, 코어 다이어 그램에서처럼 여러 객체들과 복잡하고 리좀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인물들인 동시에 광부들처럼 ‘코어 자켓’을 입고 협력을 하며, 모든 개체들 과 중첩된 구조 안에서 연결되어 있는 일상적 공간을 점유하며 일상생 활을 실천하는 인물들인 셈이다. 작가에게 코어는 물질적 차원에서 사용 가치를 지니며 패션과 아트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확장하는 비평적 가치이자 미학적 가치이다.


기획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The Use Value of the “Core”: The Art and Fashion of Choi Chul-Yong 

                   

Choi Chul-Yong studied fashion design at the Domus Academy in Milan and has since gone on to work outside of his home country of Korea in various areas of fashion as an art director for European brands. He first began attracting media attention at home around 2011 and 2012, when he received awards at the 7th and 8th Samsung Fashion & Design Fund events. His reputation in the Korean art world grew in 2012 as he continued creating unique spatial and text- based artwork from a building that was vacated by the relocation of the Hongik University Elementary School to Mount Seongmi from its previous site on the university’s campus. In 2013, he presented an experimental process in exhibition format at the Ball Pool Hall, a project gallery at the Daelim Museum of Art in Seoul’s Hannam neighborhood. Bearing the title Deux Ombres (meaning “two shadows”), it showed clothing being structurally recreated from textiles under the theme of “all things that appear to be one are based on two.” During the 2010s, the Ball Pool Hall had a reputation for boasting the most fascinating, cutting-edge programming in terms of criticism and discourse, with experimental exhibitions focusing on design as well as visual arts. For his 2012 exhibition, Choi created a work that incorporated a recycling process, where school curtains (a common sight in abandoned schools) were collected and reattached to the walls, applying a text-based concept to each different classroom space. By presenting this alongside video art and performance work, he used an out-of-the-ordinary perspective to turn a familiar space on its head. This well-known setting was transformed into an odd, somewhat surrealistic space, altered into a kind of imaginative environment. At the Ball Pool Hall in 2013, Choi collaborated with Kim Kwon-Jin, Kim Do- Hyung, An Mano, Oh Jung-Taek, and others to present fashion where the visual hybrids of the 2010s were shared in installation format.

                                               

To properly appreciate Choi Chul-Yong’s current solo exhibition, which opens at Space21 in May 2024, it is useful in several respects to understand the artistic perspective informing his experiments on the boundaries of fashion and art. His sui generis outlook on objects and texts has been a major influence on not only his fashion but also his artistic creations. In both his painting- based work and installations, he has offered new twists on elements internal to fashion, transforming them from an artistic perspective. Here is where Choi Chul-Yong’s unique critical process comes into play, as an artist rather than as a fashion designer. When he designs clothes, it is not simply as items to wear; he is presenting a process that encourages us to look closely into the processes of structures and ideas represented through clothing and fashion. He shares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where clothing exists as a proxy or supplement showing the image surrounding someone and their associations with the texts that they enjoy.

                   

In this exhibition, what Choi Chul-Yong presents as a fashion designer/ artist are uniforms for miners. While the focus is on presenting miners, Choi also spent the pandemic period creating two-dimensional blends of painting and silkscreening while concentrating not only on miners but also portraits of indigenous Americans and the Milanese women whom he observed while working in the city. Why should the miner series have served as such a crucial starting point in his artistic work? After studying fashion in Milan, Choi went to work at Meltin’pot, an Italian fashion house, and took on a project that involved designing uniforms for miners. He was also tasked with another project in 2008 for Wrangler Bluebell—relaunched by Wrangler Europe for the first time in 104 years—where he was redesigning the mining uniforms first presented in 1904.


A uniform offers one of the most effective illustrations of a group’s collective identity. But because Choi also had to design outfits for those tasked with the labor of mining, he was obliged to emphasize the clothing’s functional aspects as well. As someone who pursues research-based fashion, he started by seeking out a vast miners’ archive, establishing the perspective of fashion that would incorporate functionality while existing as a single image. Another element here was the use of practical design to underscore the meaning of the uniform as a symbol of intensive labor. He discovered the base materials for this solo exhibition during this period by examining a vast archive of the uniforms worn by miners between the 1890s and the 1910s. While the many archival materials and photographs that Choi saw in Italy were a great help in developing his mining uniforms, they also led him to ponder the essence of fashion and identity. He saw the uniform as the result of a form of replication, much like the repeated printing of plates in silkscreening and other approaches. In the photographs, he saw miners whose uniforms were stained with coal or with traces of food that they had eaten while wearing them. He sensed how all the different aspects of those people’s arduous situation and lives were inscribed on their outfits, so that the clothes they wore ultimately became—in the words of Roland Barthes—non-coded messages, showing the acts of labor they performed and the marks and situations associated with their lives.


Without these marks, the archival materials that Choi observed and analyzed in Italy would have been mere typological photographs, without a trace of the miners’ individuality. In his reinterpretation, he emphasized not the collectiveness exemplified by the uniforms that they wore but their presence as people with energy, vitality, and unique personas, based on their individual portraits and group images. The question of who specifically was portrayed in any one portrait was not important; what mattered was the question of what meanings were conceptually conveyed in these miner portraits. Through allegorical portraits, Choi transformed the collective images of miners into a collection of individuals replete with individual stories. It is a process onto which his unique artistic imagination was brought to bear. A portrait consisting of silkscreen dots was entitled [Orlo, Cavallo, Struttura (Edge, Horse, Structure, 2021)]. A green image of a face was entitled [Grande, Connettività, Esistenza (Big, Connectivity, Existence, 2021)]. A portrait showing its subject in a red jacket was called Fondamentale, [Complessità, Collegamento (Fundamental, Complexity, Connection, 2021)]. A man with an orange face in a green uniform was portrayed in [Ricorsivo, Ideale, Sensibilità (Recursive, Ideal, Sensibility, 2021)]. Figures in polka-dot jackets were shown in [Multiplice, Disordinato, Sistema (Multiple, Disordered, System, 2021)]. These works and others—[Tipico, Formativo, Evoluzione (Typical, Formative, Evolution, 2022)], [Sofisticato, Stava Picchiando, Voce (Sophisticated, Throbbed, Voice, 2022)], [Flessibile, Collettivo, Mito (Flexible, Collective, Myth, 2022)], [Pietra, Pianoforte, Possibilità (Stone, Piano, Possibility, 2022)], and [Acqua, dati, relazione (Water, Data, Relationship, 2022)] showed the interactions of fragmented texts appearing amid the images of miners.

                                               

The miner images and texts provide a conceptual map of Choi Chul-Yong’s artistic process. Starting with three words, he presents images of miners that evoke them, connecting them with miner portraits that are associated with the jackets, helmets, and colors the miners will be wearing. The titles of his works are texts consisting of nouns and adjectives, which show the relationships in the images along with keywords that the artist associated with particular figures. His choice for the titles is to simply enumerate the texts, eliminating preconceptions about portrait painting while leaving room for interpretation with open terms that the viewer is free to imagine. The most ambitious of the exhibition’s works are the large-scale portrait series [Sovrapposizione, Centrale, Armoniosa (Superpositioning, Central, Harmonious, 2021)] and [Core Workers (2022)], which reflect Choi’s distinctive perspective in expressing the essence of labor.

                   

All of these portraits operate within the overall “Core” theme that Choi presents. The aesthetic significance here is reflected in the pictorial values of the portraits showing miners as groups and individuals. Through the aesthetic concept of the “Core,” he draws connections between the elements surrounding these portraits—society, labor, the environment—and everyday symbols. As his “Core” manifesto states, this is a device for visualizing core information: “The core is in the core; The core is with all objects; There is a core underneath the core” In this core information visualization device, all the elements have individual aspects, but they are not positioned in a top-to-bottom vertical hierarchy; rather, all the individual elements exist as a single “Core.” Instead of a relationship of tension between the core’s center and periphery—the presence of power relations or hierarchies— the values of the core are ones in which individual differences are acknowledged in an existential sense and operate together with the “Core” as another entity. To represent these values, Choi has produced “Core Boxes”: text boxes emblazoned with 250 core embroideries. Painstakingly embroidered by the artist for this exhibition, the core boxes are arranged as interconnected yet individual entities. Yet what the embroideries signify is not manual labor but post-industrialization technology that has been replaced with mechanical embroidering. If the uniform is taken to symbolize uniformly applied replication rather than the expression of a person’s individuality and specificity, Choi’s approach is to use the “Core” values and the individualized jackets and colors of miners to show the personas, individuality, and presence of particular people, which have been excised or covered up amid the replication. In effect, their expressions and individuality express their orientation by means of the different jackets they wear.

                                               

The installation approach and core values in this work intersect in fascinating ways with the various themes that the artist has presented as fashion concepts through the Cy Choi identity. Looking at his conceptualized fashion shows, we see concepts such as “Cut-out + Boundary,” “Connotation,” and “Image.” In the case of “Connotation,” the post-structuralist Roland Barthes’s explanation of his own semiotics used the term to refer to the hidden implied meanings in a culture— the inherent meanings through which a given sign or object illustrates the hidden significance present at the culture’s base. It differs in nature from the denotative meanings that are outwardly visible.

                   

Choi’s latest solo exhibition also offers a glimpse at the specific images and texts that he has treated as a fashion philosophy. In particular, he shares his philosophy under the title “Inosculation,” which is a term he has presented as a fashion concept. It is similar in approach to his concepts proposing the combination and layering of differing characteristics through the blending of different types of things. By revealing the multilayered meanings concealed behind the surface-level meanings of texts and cultural codes, this conceptual approach introduces new meaning to outfits and texts by way of a process of negation and deconstruction that strips away fashion’s original role and repositions it.

                   

Artistically, Choi makes active use of détournement processes like those of the international situationist Guy Deboard, making use of pre-existing elements in a way that creates new aesthetic values. A fashion designer views discarded or used fabric not as garbage to be thrown away, but as something that can be reused by someone as a new visual or structural element. In terms of the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 this has emerged as a major issue not only in fashion but also in contemporary art. The external banner for this exhibition repurposes a banner from a previous exhibition, which has been repainted and textualized with an “X” symbolizing the core. It also incorporates used cigar box to show a process of freely rendering different images of individuals and groups.


In contrast with the large miner portraits, the small portraits on cigar box are typical yet disparate and diverse, like the archives that the artist viewed in the past. They are somewhat improvisational and sometimes playful as they show moments of visual inspiration and documentation—minor members of society pleasantly living their lives. They are core workers in society as much as the miners are, intertwined in complex, rhizomatic ways with other beings as in the core diagram. At the same time, they wear the same “Core Jackets,” as the miners as they work together, going about their daily lives as they occupy everyday spaces that are connected in an overlapping structure with all beings. To the artist, the “Core” has a utility value at the material level, existing as a critical and aesthetic value that cuts across and expands the boundary between fashion and art.


Chung Yeon-Shim (Professor of Art History & Theory in Hong Ik U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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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juheung3 -gil, Seocho-gu, Seoul, Korea 06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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